게임톤과 관련된 6번째 글을 쓴 것이 프로젝트 3주차였는데요.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고, 우여곡절 끝에 프로젝트는 무사히 마무리했습니다. 그리고 프로젝트 마지막 날,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게임이 정상적으로 업로드 된 것을 확인하고 8주만의 여유로운 저녁을 보내던 와중 블로그에 다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7번째 글이 저번 글과 상당한 시간차가 나게 된 것은 마음의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었을까요. 사실 개발자로서의 엄청난 기술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하며 참가했던 프로젝트는, 그 의도와는 다르게 흘러갔습니다. 함께 하게 된 프로그래머의 실력이 저보다 좋다고는 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고만고만한 사람들을 모아다가 개최한 것이니, 기대할 것도 못 되었죠.

그렇다면 시니어 개발자의 기술 전수가 있었느냐, 하면 또 그것도 아니었습니다. 컨설턴트로 NPC 티아라는 현업 프로그래머가 프로젝트를 검토해 주시긴 했지만 결국 그뿐이었죠. 답은 팀 스스로가 찾아야 했습니다. 최적화나 디버깅 이슈에 대해서는 현업 개발자의 조언이 가장 비싸게 먹혔지만, 알라딘, 지미 등 현업 PM 님들의 조언도 절대 무시하지는 못할 것이었습니다.

8주라는, 결코 짧지 않지만 그렇다고 길지도 않은 이 프로젝트에서 프로그래밍 실력의 비약적인 상승을 기대할 수는 없었습니다. 코딩 스킬을 얻어가는 건 아니었고, 그저 이슈가 생길 때마다 구글링하고 디버깅하는 것 뿐이었습니다. 대신, 한 가지는 확실하게 얻을 수 있었으니, 그건 바로 협업에 대한 경험이었습니다.

8명의 팀원 중 2명은 개발자, 나머지는 비개발직군이었습니다. 말이 비개발직군이지, 갓 컨설팅을 끝낸 학생들이었고 결국 모두가 게임 개발은 처음이었던 겁니다. 물론 전 유니티와 안드로이드로 간단한 퍼즐 게임을 만들어 스토어에 게시해보긴 했지만, 타인과의 협업은 사실상 저도 처음이었으니 첫 주는 제대로 돌아갈 리가 만무했습니다.

기획의 방향도 제대로 잡지 않은 채 핵심인 기획서는 쓰이지도 않았는데 아이템부터 설계하고 있는 기획팀, 게임은 프로토타입도 만들어지지 않았는데 BM부터 설계하는 사업팀, 게임 컨셉이 흐릿한데 컨텐츠부터 짜고 있는 컨텐츠와 마케팅 담당, 그리고 그와중에 갈피를 못 잡고 있는 개발자들…

그 때의 심정을 장난삼아 노션에 남겨놨는데, 대략 이렇습니다.

팀원들이 배를 타고 가는 상황.

사업 파트: 섬이 서쪽에 있어요!

개발 파트: 그래서 왼쪽에 암초가 있나요?

사업 파트: … 서쪽에 섬이 있어요!

기획 파트: 개발 님들, 노를 왜 안 젓고 있어요?

개발 파트: …

2주가 그렇게 흘러갔습니다. 팀 프로젝트가 답보 상태에 있었고, 컨설턴트는 뾰족한 일침을 날려주셨죠.

아직 게임은 만들어진게 없는데 벌써부터 BM을 만들고 있으니 구체적으로 나오는 게 아무것도 없는 거예요.

결국 프로젝트는 원점으로 돌아가, 기초 공사부터 다시 시작했습니다. 컨셉을 확실히 하고, 우선은 게임을 스테이지 하나라도 완성해 보는 걸 목표로 한 거죠. 그렇게 심기일전한 팀원들은 현재로써는 무의미한 본인들의 역할을 내려놓고, 게임의 골조부터 만들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컨설팅으로부터 기획 발표일까지 단 3일 만에 완성된 기획서를 만들어냈죠. 여기서 한 걸음 자그마한 성장이 보였습니다.

중간발표까지는 다시 2주. 그 사이에 게임은 70% 완성을 목표로 하기 시작했습니다. 중간발표가 끝나면 4주가 남지만, 완성은 사실상 6주차 - 늦어도 7주차 - 까지는 되어있어야 했습니다. 1주를 방황했으니, 좀 더 빠듯하게 가야 했죠.

엄청 싸웠던 것 같습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날이 더 많았지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신경은 날카로워지고 밤을 세워가며 작업을 하니 피곤한 만큼 감정 조절은 더욱 힘들어지고, 거기서 조금만 거슬리는 말을 들어도 곧장 짜증이 나기도 했습니다. 어찌어찌 중간발표까지는 넘겼습니다. 5주차, 6주차까지는 기획서 사양에 맞게 추가 요소들을 구현해 나갔습니다. 하지만 일주일 단위로 바뀌는 기획서, 시도때도 없이 들어오는 UI 변경 요구, 버그 이슈까지… 점차 인내심을 잃어갔던 것 같습니다. ‘난 최선을 다 하는 것 같은데 왜 저사람들은’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상대방 쪽에서 똑같은 말을 저한테 하는 것을 들으면서는 사실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습니다.

그후로는 그냥 마음을 비웠던 것 같습니다. 게임 개발에서 프로그래밍은 그야말로 기본 소양일 뿐이더군요. 오히려 더욱 중요한 건 팀의 일원으로서의 마음가짐이었던 것 같습니다. 양보하고 참고 그렇게 서로 버텨가고.

7주차 금요일에 최종 발표가 있었습니다. 총 6팀이 참가했던 프로젝트에서, 우리 팀은 크고 작은 마찰이 있었지만 그래도 양호한 편이었습니다. 세 팀은 중간에 개발자가 이탈하여 개발 일정이 뒤틀리고, 그렇게 중간에 게임의 방향이 크게 선회하기도 했습니다. 어떻게든 여섯 팀이 완성된 게임을 보여주었지만, 그 기쁨의 순간에 역설적으로 제 마음 속은 먹먹해졌습니다.

이제 이 프로젝트는 간간히 고칠 게 생기면 손이나 보는 식으로 돌리는 게 좋겠네요.

다음 프로젝트는 언리얼을 연습해볼까, 싶습니다.